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电影院

어머니를 위한 영화




케이블 TV를 끊은 지 1년이 좀 넘었다.

인터넷TV와 국제위성방송의 시대에 시대를 역행하는 느낌이지만,

쓸데없는 광고와 정보를 아예 차단해 버리는 것도 좋은 점이 많다.

TV 볼 때 이리저리 돌리지 않고 간편해서 좋다.

(TV 볼 거 없을 때는 100여 개의 채널을 돌려 봐도 어차피 볼 게 없다.)

EBS에 채널 고정해 놓으니, EBS가 정말 좋은 채널임을 새삼 느낀다.

케이블 TV 실시간 시청을 못해서 아쉬운 TV 프로는 뉴스다.

주로 YTNMBN의 뉴스를 보았었는데, 

KBS와 MBC 뉴스는 도저히 못 보겠더라...

한 때, 뉴스는 꼭 MBC만 시청하는 시대가 있었다.

그런 시절은 다 물 건너 지나가 버렸다.  

요즘엔 뉴스는 차라리 SBS 뉴스를 보고 있다.

심심하면 틀어 놓던 중화채널은 조금 아쉽다.

케이블 TV를 끊어 버린 후, 

수많은 프로들이 다 아쉬울 줄 알았다.

그런데, 금방 적응 된다. 

TV 소리가 안 들려서 평온한 시간이 점점 길어진다.  

또, 원하는 프로그램만 다운 받아서, 

원하는 시간에 Divx 플레이어로 보는 게 훨씬 더 재미있게 느껴진다.

여태까지 다운로드 받아 본 TV 프로는 나의 경우는 4개 뿐이다.

막돼먹은 영애씨, 김치 크로니클, 청담동 살아요, 장미저택.

청담동 살아요, 어쩌다가 한꺼번에 모아보면 재미 있다.

공중파였다면 대박났을 시트콤이다.

김혜자의 능청스러운 연기는 진짜 본인 성격이 꼭 저럴 것만 같다.

못생긴 아저씨 삼인방(?)과 황정민(여)은 연극을 오래 한 듯한 포스가 풍긴다.

조관우의 어색한 연기도 나름 재미를 준다.

나머지는 다 어머니가 실시간 방송을 놓치신 일일연속극주말연속극이다.

요즘엔 어머니가 다운로드를 요청하신 

아내의 자격을 내가 더 열심히 보고있다.

김희애의 연기도, 화면 색감도, OST도 예술이다.

제목을 어머니를 위한 영화라고 해놓고 사설이 너무 길었다. 

이제 본론 들어간다. ^ ^



 


나의 어머니는 까다로운 취향을 맞추기가 어려운 고급 관객이다.

문학작품을 영화화한 고전 영화를 좋아하고,

까뜨린느 드뇌브를 좋아하고,

셰익스피어 매니아, 히치콕 매니아 이고,

한국영화, 중국영화는 싫어한다.

이 정도가 원래 파악하고 있던 어머니의 취향이다. 

심심할 때 보시라고 명작에게 길을 묻다 DVD 120선을 사 드렸다.

어머니께 딱 맞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30∼40대 여성과 그 자녀를 위한 작품 선집인 것 같은데, 그 대상을 잘못 잡았다.

요즘 애들은 해리포터를 좋아하지, 고전은 질색하더라...

가뜩이나 어릴 때 부터 수능을 위한 작품 선집 독서에 지친 애들인데,

영화를 보는 시간 만이라도 재미있고 즐거워야 한다.

수능을 위해 고전 영화 선집을 보라고? 이건 정말 아니다. 

차라리 20∼30대 여성과 50∼60대 여성을 대상으로

어머니께 선물하세요! 모녀가 함께 보면 더욱 좋은 영화!

이렇게 광고했으면 괜찮지 않을까 싶다.

어쨌든 화질은 조금 별로지만, 어머니와 나는 열심히 감상하고 있다.


케이블 TV를 끊은 후, 어머니와 내가 함께 본 영화들이다.

달과 6펜스 (1942)

난 쿨쿨 잠이 들었고, 어머니는 좋아하셨다.

화가 고갱의 이야기라는데,

원작도 안 읽었으니 이하생략.

칼라 TV 세대라고, 흑백영화를 잘 못 본다.

(흑백인데 좋았던 영화는 쉰들러 리스트레베카 정도이다.)


레베카 (1940는 정말 재미있게 보았다.

어머니가 왜 히치콕 감독을 좋아하시는 지 알게 되었다.

(사이코와  는 내가 무서워서 싫어한다.)

내가 본 중국드라마 장나라의 장미저택 (2009)은 

영화 레베카아내의 유혹과 중국 드라마 천애가녀와 

1930년대 상해를 배경으로 한 홍콩 드라마들의 교묘한 조합이다.

내용은 정말 유치하고 말도 안 되는데, 묘한 중독성이 있다. 

장나라가 부른 주제가 물고기도 참 좋다.

(드라마를 진득하니 꾸준하게 잘 못 보는 내가 30부작을 1개월 완성했다.) 


릿 (1996)

어머니가 너무 좋아하셨다.

나도 흰 눈과 영국 악센트가 좋더라...

BBC 햄릿 (2009), 

헛소동 (1993).

난 꾸벅꾸벅 졸고, 어머니는 열심히 보셨다.

메릴 스트립의 영화는 믿고 보았는데, 

요즘 영화는 안 좋아하셨다.

쥴리&쥴리아 (2009), 

철의 여인 (2011). 

재미 없다고 방에 들어가셨다.

메디슨카운티의 다리, 영혼의 집, 소피의 선택은 좋아하셨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TV에서 워낙 많이 보던 거라 뭐, 별로...


작은 아씨들 (1994)

이 영화 출연진 정말 대박이다.

지금은 한꺼번에 캐스팅 절대 못하는 대스타들이다.

다만, 위노나 라이더의 몰락이 가슴 아플 뿐이다.

중학생의 영어공부를 위해서 소장해야 하는 DVD라고 하는데,

원작의 착한 대사와 배우들의 정확한 발음을 듣고 있으려니

저절로 영어공부가 되는 것 같았다.


몰 플랜더스 (1996)

품절된 이 영화의 DVD를 구한 건 행운이다.

              춘천의 어느 비디오 가게가 정리세일을 하는 홈페이지를

끈질긴 구글링을 통해 찾아낸 끝에 구매했다.

중고 DVD 가격 2000원, 택배비 2500원, 

그 10배라도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대니얼 디포의 원작소설도, 

모건 프리먼, 로빈 라이트 주연의 영화 DVD도 

아주 소중하게 소장하고 있다.

“어머니를 위해서” 라는 핑계로 구입하고 내가 더 좋아했다.


베로니카 : 사랑의 전설 (1998)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 (2003)

노트북 (2004)

모나리자 스마일 (2003).

말로는 “유치해, 유치해.”라고 하시면서 끝까지 보셨다.^ ^

베로니카의 이중생활 (1991)

내 취향이었지만, 어머니의 취향은 아니었다.


태양은 가득히 (1960), 

리플리 (1999).

리메이크 작품을 싫어하실 줄 알았는데, 리플리를 더 좋아 하셨다.

정말 아무나 아카데미 영화제 남우주연상 타는 건 절대로 아니다.

TV에서도 여태까지  왜 못 봤을까?

요즘 영화에 결코 뒤지지 않는 수작이다.


황후화, 연인, 색계, 설화와 비밀의 부채. 

첫 장면 보고 바로 방에 들어가셨다.^ ^

(중국음식과 중국여행은 좋아하시면서 중국영화는 왜 질색을 하실까?

딸래미의 취향이 바로 중국영화인데...)

페인티드 베일 (2006) 

조이 럭 클럽 (1993). 

그 많은 중국인들이 나오는데도 끝까지 보셨다.


인도차이나 (1991),

까뜨린느 드뇌브가 나오는 영화인데, 당연히 좋아하셨다.

나도 예전에 본 영화인데도, 다시 보니까 더욱 좋았다.

확실히 그 옛날의 21인치TV, 비디오 테이프를 통해 보는 것보다

요즘의 큰 TV와 좋은 화질로 보는 것이 훨씬 재미있었다.


8명의 여인들 (2002)

영화관에서 볼 때 너무 좋았던 기억이 남아 있어서 구입한 DVD이다. 

내 취향이지, 어머니 취향은 아닌가 보다.

커피 마시려고, 찰떡 가져 오려고, 화장실 가려고, 

몇 번을 왔다 갔다 하셨다.^ ^

아티스트, 디센던트,

2011년도 신작영화들은 다 시들하셨다.

헬프 (2011)는 맘에 드신가 보다.

영화를 틀어 달라고 하실 때, 다음과 같이 말씀하신다.

“핼프 정도 영화면 딱 좋아.”




TV를 끄고 DVD 플레이어를 켜려고 노력한 이 1년,

내게도 많은 수확이 있었다.

먼저, 어머니의 일일연속극 중독영화 중독으로 바꾸어 놓았다. ^ ^

일일연속극 다운로드 보다는 DVD 플레이어 켜고, 끄는 것 쯤이야, 

얼마든지 기꺼이 할 수 있다.

이제는 나도 드라마를 즐겨 보게 되었지만, 

아직도 KBS와 MBC의 일일연속극은 15분을  절대 못 본다.

(SBS 일일연속극 아내의 유혹은 나도 어머니와 함께 보았었다.)

연기 경력 30년인데도 발연기를 하시는 몇 분들을 보면, 

짜증이 부글부글 끓어 오른다.

그걸 보고 있으면 연기자가 시청자를 위해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시청자가 저 분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존재한다는 착각이 들 때가 있다.

6개월 후, 같은 채널을 같은 시간대에 다시 한 번 봐 보라!

같은 작가, 같은 연기자, 같은 세트, 같은 협찬 회사 제품,

준 재벌 집안과 회사, 출생의 비밀, 삼각관계, 고부갈등, 못된 동료,

속 썩이는 삼촌, 주책없는 이모, 안 점잖으신 할머니, 고대로 다시 나온다.

일일연속극을 보고 있으면, 

한국 방송 시스템의 고질적인 병폐들이 그대로 눈에 보인다.

(뭐 어쩌겠어, 싫은 사람이 TV 꺼야지.)

케이블 TV를 끊으니 TV 끄는 시간이 많아져서 참 좋다.

나도 잘 모르던 어머니의 취향을 잘 알게 되었다.

처음엔 서로 졸기도 많이 했지만, 

지금은 내 취향 아니다 싶으면 바로 방에 들어간다. 

어머니와 내가 함께 보는 영화로는 1990년대의 영화가 딱이다.

그 이전의 영화들은 내가 졸고, 

2000년대 이후의 영화들은 어머니가 방에 들어 가신다. 


10년 된 내 DVD플레이어의 진가를 알게 되었다.

지금은 단종된 중국산 필립스 휴대용 제품인데,

(말이 휴대용이지 참 묵직하다.)

1080p의 HD Divx플레이어보다 화질이 더 좋다.

DVD플레이어로 영화를 볼 때, 

영어로 들었다가, 불어로 들었다가,

중국어로 들었다가, 광동어로 들었다가,

한글 자막으로 보다가 갑자기 대사 원문이 궁금해지면 

영어자막으로, 중국어자막으로

좀 정신없게 리모콘으로 조정을 하곤 한다.

(이런 게 집에서 DVD로 영화를 보는 맛이라고 할까? ^ ^ ) 

그런데, 다른 DVD 플레이어와 Divx 플레이어로는 

이런 리모콘 조정이 잘 안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DVD 플레이어와 소장하고 있는 DVD들은 

아무리 블루레이와 VOD의 시대라도 결코 버리지  못할 것이다.

 

처음으로 긴 글을 써 본다.

제목은 어머니를 위한 영화라고 해놓고 이상한 소리만 잔뜩 하고 있다.

이 글을 여기까지 읽을 사람이 과연 한 명이라도 있을까? ^ ^

자기 블로그의 가장 좋은 독자는 자기자신이다. 

어쨌든, 나의 결론은 TV를 끄자! 영화를 보자! 

영화를 함께 보면서 어머니와 대화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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