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 가는 길 ― 황정순
자꾸 닥쳐 와 말꼬리 자르는 터널
손전화가 여러 번 기절하다 일어선다
생도 저렇게 캄캄할 수 있어 닫히고
빠져나오기를 거듭하다 산나리꽃 환한
벽촌 거뜬히 올라오기도 할 것이다
증산역, 상하행이 교차한다
엇갈리는 게 생이다
저릿하게 관통하는 고한-사북
녹슨 화차들 갱목에 걸려 깜깜히 저물고 있다
무너진 갱 속처럼 알 수 없는 날들이나
비탈 부신 저 은사시숲같이 반짝이는 날 있어
방부제처럼 검은 곰팡이 견디는 것이리라
첩첩, 수차례 재를 넘는다
넘어 참꽃물 든 한 여자 만나러 간다
앓고 나 부스럼도 나지 않을 면역의 땅
거기 아직 햇옥수수 같은 유년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여기쯤이다
시름시름 폐광 된 생 고쳐 눌러앉을
한 뙈기 화전밭 같은 여자, 그 여자네 집
날마다 푸른 대문 열어 붉은 등 켤 곳
사진 출처 : https://www.microsoft.com/ko-kr/store/p/cheng-ling-taiwan-culture-sketches/
황정순
현대시문학 2002년 등단
2005년 詩 "태백 가는 길"로 제7회 수주문학상 우수상 수상
'詩画集'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과의 인터뷰 (0) | 2012.04.01 |
---|---|
나 늙으면 당신과 살아보고 싶어 - 황정순 (0) | 2012.03.22 |
생각을 조심하라, 왜냐하면 그것은 말이 될지니 - Robert Herrick (0) | 2012.02.20 |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 받지 않은 것처럼 - Alfred D'Souza (0) | 2011.11.01 |
진정한 여행 - 나짐 히크메트 (0) | 2011.11.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