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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画集

태백 가는 길 - 황정순




태백 가는 길  ―  황정순


자꾸 닥쳐 와 말꼬리 자르는 터널

손전화가 여러 번 기절하다 일어선다

생도 저렇게 캄캄할 수 있어 닫히고

빠져나오기를 거듭하다 산나리꽃 환한

벽촌 거뜬히 올라오기도 할 것이다


증산역, 상하행이 교차한다

엇갈리는 게 생이다

저릿하게 관통하는 고한-사북

녹슨 화차들 갱목에 걸려 깜깜히 저물고 있다

무너진 갱 속처럼 알 수 없는 날들이나

비탈 부신 저 은사시숲같이 반짝이는 날 있어

방부제처럼 검은 곰팡이 견디는 것이리라


첩첩, 수차례 재를 넘는다

넘어 참꽃물 든 한 여자 만나러 간다

앓고 나 부스럼도 나지 않을 면역의 땅

거기 아직 햇옥수수 같은 유년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여기쯤이다

시름시름 폐광 된 생 고쳐 눌러앉을

한 뙈기 화전밭 같은 여자, 그 여자네 집

날마다 푸른 대문 열어 붉은 등 켤 곳









사진 출처 :   https://www.microsoft.com/ko-kr/store/p/cheng-ling-taiwan-culture-sketches/




황정순 

현대시문학 2002년 등단 

2005년 詩 "태백 가는 길"로 제7회 수주문학상 우수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