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청난 양의 대사와 스포가 있습니다. )
열쇠를 내다 버리면, 그 문은 영원히 닫히게 될 텐데.
그걸 내가 정할 순 없죠.
열쇠들에 얽힌 얘기 들려줄래요? 그건 왜요?
다들 어떻게 끝나는지 궁금해요. 골라요.
몇 년 전 젊은 커플 거였어요.
평생 함께할 거라 믿는 때 안 묻은 한 쌍이었죠.
근데 왜요? 사는 게 그런가요?
사정도 생기고 세월도 흐르고, 사람 사는 게 다 그렇죠.
하나가 다른 사람과 달아났든가, 그냥 감정이 빛바랬든가.
모든 건 이유가 있어요. 이 파이와 케이크만 해도.
매일 밤 끝 무렵, 치즈 케이크와 애플파이는 다 팔려나가요.
복숭아 코블러와 초콜릿 무스 케이크도 거의 다 팔리고요.
하지만 블루베리 파이는 손도 안 댄 채 남아요.
뭐가 잘못됐는데요? 잘못된 거 없어요.
다른 걸 주문할 뿐, 블루베리 파이를 탓할 순 없죠.
수 린에게 떠남은 일종의 죽음이 아니었을까?
사람들은 어니를 어떻게 기억할까?
떠나면 남는 건 타인의 삶 속에 그려 넣은 추억 뿐인듯 싶다.
몇 년 전 꿈을 꾼 적이 있다. 여름에 시작해선 이듬해 봄에야 끝이 났다.
그 사이 수없이 많은 밤들을 그녀로 애태우며 보냈다.
이 카페와 함께한 날들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문이 닫히면서 꿈도 끝이 났다.
제레미에게 :
지난 며칠 불신하는 법을 배우려고 했지만, 실패해서 기뻐요.
이따금 우린 자신을 파악하기 위해 남들을 본보기로 삼아요.
남과 견주어 보며 조금씩 자신을 회복하고,
엘리자베스가 되는거죠.
난 늘 카드플레이어에 매혹돼요.
모든 걸 본능과 운에 내맡기니까.
나였대도 똑같이 해낼 수 있을까?
“패를 뗄 때 말곤 누구든 믿어라.” 아버지 가르침 중 제일 쓸만해요.
그 뜻을 알아요? 아무도 믿지 말란 거죠.
그렇게 마음을 잘 읽으면서, 왜 졌냐?
늘 이길 순 없으니까. 꾼들은 꺾어도 운은 어떻게 못하죠.
가끔씩 맥이 끊기면 상대심리를 꿰고도 엉뚱한 짓을 해요.
그들을 믿어서? 나 자신도 믿질 못해서.
떠나던 날 밤 왔었지만 문을 열고 들어오진 않았어요.
한 가지 분명한 건, 만일 들어온다면, 똑같은 엘리자베스로 남게 될 거란 거였죠.
더는 그렇게 살기 싫었어요.
여기로 돌아오는 데 1년 가까이 걸렸다.
길을 건너는 건 그리 어려울 게 없었다.
건너편에서 누가 기다려 주느냐에 달렸을 뿐.
블루베리 파이, 맛있어 보이지만, 너무 달아서 다 못먹는다.
2008년에 산 DVD를 못 보고 있었다.
실망할까 봐, 중경삼림의 이미지가 퇴색될까 봐.
진작에 볼 걸 그랬다. 괜찮은 헐리웃 영화였다.
적어두고 싶은 대사, 잘 만든 MV같은 화면, 귀에 착착 감기는 음악. 내 스타일이었다.
나에게 나탈리 포트만은 레옹과 블랙스완의 이미지였다.
이제 이 영화의 레슬리로 내 뇌리에 각인되었다.
누구나 90년대 로드무비 델마와 루이스가 생각나겠지?
왕가위를 보고, 하루키를 읽고, 서태지를 듣고...가 90년대 문화였다는데,
때 늦은 2000년대에 왕가위 감독의 영화를 열심히 보았었다.
2007년에도 여전히 90년대에 머물러 있는 왕가위 감독, 그 변함없음이 난 좋다.^^
아비정전부터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까지 함께 한 저 시계, 반가웠다.
결국엔 타이밍이다. 사랑도, 지금 보는 이 영화도, 다 인연이고 타이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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